내러티브 지수(NI): 이야기를 수치화하다
RETIC이 매일 산출하는 내러티브 지수(NI) — 7가지 카테고리로 시장의 지배적 이야기를 측정
이야기에 숫자를 매기다
“시장의 분위기가 안 좋다"라는 말은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분위기가, 얼마나, 어디서 오는지를 알아야 한다. RETIC의 내러티브 지수(Narrative Index, NI)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글로벌 미디어에 퍼져 있는 경제 내러티브를 매일 측정하고 수치화하여,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이 NI의 목표다.
쉴러가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면, RETIC은 그것을 일상적 분석 도구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완벽한 도구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7가지 내러티브 카테고리
NI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내러티브를 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각 카테고리는 0에서 100 사이의 강도 점수를 받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해당 내러티브가 미디어와 시장 담론에서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1. 지정학적 리스크 (Geopolitical Risk)
전쟁, 국제 제재, 무역 분쟁, 지역 간 긴장 등 지정학적 요인에 관한 내러티브를 측정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중동 긴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카테고리가 급등하면 안전자산 선호(금, 달러, 미국 국채)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2. 기술 혁신 (Tech Disruption)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와 공포를 측정한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낙관론과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관론 모두 이 카테고리의 강도를 높인다. 기술 내러티브가 강할 때 NASDAQ의 변동성은 눈에 띄게 증가한다.
3. 에너지 전환 (Energy Transition)
유가 변동, OPEC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전환, 탄소 규제 등에 관한 내러티브다. 에너지 내러티브는 인플레이션 내러티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두 카테고리가 동시에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4. 통화정책 (Monetary Policy)
연준(Fed),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과 정책 방향에 관한 내러티브다. “금리 인하가 온다"와 “더 오래 높게(higher for longer)” 같은 상반된 내러티브의 강도를 측정한다. 통화정책 내러티브는 거의 항상 상위 3위 안에 드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5.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Inflation/Deflation)
물가 관련 내러티브의 방향과 강도를 측정한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에서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까지, 물가에 대한 시장의 지배적 이야기를 추적한다. 실제 CPI 데이터와 이 내러티브 지수의 괴리가 클 때가 특히 흥미로운데, 그 괴리 자체가 시장 움직임의 단서가 된다.
6. 경기침체/성장 (Recession/Growth)
경기침체 공포와 성장 기대에 관한 내러티브다. “연착륙(soft landing)” vs “경착륙(hard landing)” 같은 프레이밍의 변화를 추적한다. 이 카테고리는 특히 소비자 신뢰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데, 내러티브가 실제 소비 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7. 시장 심리 (Market Sentiment)
VIX 공포지수, 탐욕/공포 지수, 투자심리 관련 내러티브를 측정한다. “FOMO(놓칠까 봐 두려운 심리)“와 “공포 매도” 같은 감정적 내러티브가 여기에 포함된다. 다른 6개 카테고리가 “무슨 이야기"인지를 알려준다면, 시장 심리 카테고리는 “얼마나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는지"를 알려준다.
NI는 어떻게 산출되는가
매일 수백 개의 글로벌 경제 미디어 기사, 주요 투자은행 리서치, 소셜 미디어 담론을 AI가 스캔한다. 각 콘텐츠를 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해당 내러티브의 강도, 감정적 톤, 확산 범위를 종합하여 점수화한다.
산출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 수집: 글로벌 주요 미디어, 통신사, 금융 리서치를 자동으로 수집
- 분류: AI가 각 콘텐츠를 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
- 강도 측정: 단순 빈도가 아니라 논조의 강도, 감정적 톤, 헤드라인 vs 본문 위치를 종합적으로 평가
- 정규화: 0-100 스케일로 정규화하여 카테고리 간 비교 가능하게 만듦
- 종합 NI: 7개 카테고리를 가중 평균하여 종합 내러티브 지수 산출
NI 수치는 어떻게 읽는가
종합 NI가 높을 때 (70 이상): 하나 또는 소수의 내러티브가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때 시장은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극단적으로 높은 NI는 역발상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할 때, 반전이 가까울 수 있다.
종합 NI가 낮을 때 (30 이하): 뚜렷한 지배적 내러티브 없이 여러 이야기가 혼재하는 상태다. 시장의 방향성이 불분명하고, 변동성이 낮거나 무작위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시기에는 새로운 내러티브의 등장을 주시해야 한다.
카테고리 간 전환: NI의 진짜 가치는 어느 카테고리에서 다른 카테고리로 지배력이 이동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에서 “경기침체 공포"로 내러티브가 전환될 때, 자산 간 자금 이동이 발생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린다.
솔직한 고백: NI의 한계
NI는 지도이지 GPS가 아니다. 지금 시장을 어떤 이야기가 움직이고 있는지는 보여주지만, 그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지도가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결정해주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
또한 내러티브는 본질적으로 정량화가 어려운 대상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인간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 풍자, 맥락을 완벽하게 포착하기는 불가능하다. NI는 완벽한 측정이 아니라, 유용한 근사치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NI를 공개하는 이유는 그것이 항상 맞기 때문이 아니다. 내러티브를 의식적으로 추적하는 습관 자체가 더 나은 경제적 판단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숫자의 정확성보다 프레임의 전환이 더 중요하다.